솔눈

솔눈

15-09-2021

11:25

D는 나중에 따로 공개하고 여기서부터 이제 틈날때마다 육아 얘기 이어쓸게요🥰

생후 10일차 이사랑님 드디어 밀선 하우스에 입성. 근데 첫날부터 아주 우당탕이다. 왜냐면 10분거리 집까지 차에서 내내 곤하던 애가 갑자기 아파트 주차장에서부터 울기 시작했거든ㅠ 누구 닮았는지 목청도 겁나 커. 고작 10일 됐으면서 우는 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해.

아니 차 안에 있으면서도 거의 뭐 지하주차장 다 무너뜨릴 기세로 우는데 사랑이 안고 있던 섡우는 막 어쩔줄을 몰라. 뭐가 불편해서 갑자기 우나 영문을 몰라서 일단 토닥토닥 어르고 달래보는데 될 턱이 있나ㅜ 좀 그치나 싶다가도 금방 다시 뿌애앵 우니까

안고있는 섡우도 운전하는 재혅이도 막 마음만 급해져. 근데 요만한 애기들이 우는 이유라고 해봤자 특별할 것도 없지.. 덥거나 춥거나 잠오거나 기저귀 찝찝하거나 아님 배고프거나. 근데 이 상황에 두사람 다 머리 굴려보니까 아무래도 애기 우는 이유가 배고파서 그런거 같아.

재혅이가 주차하면서 섡우한테 사랑이 배고픈거 아냐? 하고 물어보고 섡우도 그 말 듣자마자 아는건 이거 하나라고 애기 입 주변에 톡톡 손끝으로 두드려보는데 배고픈게 맞나봐. 애기가 입가에 손 닿을때마다 찌까난 입을 오물오물 하는거야ㅜ

이러니 어뜨케 차에 짐이고 뭐고 다 팽개쳐두고 일단 집에 들어가는수밖에 없지. 근데 집에 들어간다고 해결이 돼? 김섡우도 약 10일만에 돌아온 집이고 재혅이도 출근하면서 섡우 챙겨보느라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기 바빴는데 준비 된 게 뭐가 있겠어ㅜ 염병 아무것도 없어ㅠ

섡우가 오자마자 혹시나 애기 더울까봐 곧장 곰돌이 겉싸개 훌훌 벗겨내고 품에서 떼놓으면 더 장난 아니게 울어서 품에 앉은 채로 에어컨 켜는 사이에 재혅인 포트기에 물 올려. 섡우가 뒤에서 형 빨리빨리. 다급하게 말하는데 이재혅이 뭔 초능력자도 아니고.. 어떻게 이 이상 빠를수 있겠어ㅠ

빨리라고 백번천번 말해봤자 물 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는데.. 그거 팔팔 끓기까진 기다릴수 밖에 없잖아..ㅠ 근데 애기는 계속 울고... 마음 초조해져서 마냥 기다릴수가 없는지 사랑이 품에 답싹 안은 김섡우 결국 이재혅 등 뒤에 다가와서 나란히 포트기 물 언제 끓나 빤하게 쳐다본다.

근데 오늘따라 유난히 물이 빨리 안끓는 기분ㅋ.. 정말 환장.. 둘은 속이 뒤집어질정도로 다급하고 사랑인 진짜 뒤집어지게 울어대는데.. 왜케 물이 안 끓냐.. 막 다리가 저절로 달달 떨려. 섡우 우는 애기한테 웅 알아써알아써 달래다가 순간 못 참겠는지 급 버럭한다. - 아!! 왜케 느려어.. 돌겟네

벌써부터 눈물날 거 같은 섡우ㅜ 이렇게 워밍업도 없이 쌩육아현장에 던져질 줄은 꿈에도 몰랐지ㅜ 울 사랑이 막 하도 울어서 그새 목까지 쉬었는지 우는 소리에 색색 쇳소리까지 섞이니까 김섡우 완전 돌기 직전. 순간 하.. 하고 한숨 뱉는거 본 재혅이가 얼른 손부터 뻗어. - 줘. 형이 안을게.

그러고 바로 사랑이 데려가 품에 폭싹 안아드는 재혅이.. 근데 진짜 신기한 게.. 애기들은 익숙한 품을 귀신같이 알아서.. 재혅이가 그렇게 안아서 토닥토닥 달래봤자 사랑인 더 서럽게 울기만 해. 지가 안겨보니까 김섡우가 아니다 이거지ㅠ

사랑이 이제 고작 세상에 나온지 10일된 완전 쪼꼬미라서 목도 못가눠ㅜ 그래서 흔히 유아들 안듯이 양 옆구리 잡고 안는 자세는 꿈도 못꿔. 이재혅 한손으로 사랑이 목이랑 등이랑 다 감싸질 정도로 짝아서 품에 안으면 안은 사람은 애기 얼굴 살피는것도 못할정도로 그렇게나 작단 말이야ㅠ

더군다나 이제 아빠된지 10일차 밀선.. 안아봤자 능숙함따위 1도 없지.. 그니까 안고서도 안절부절이야. 애가 울지만 않아도 이렇게 애타진 않을텐데 얼굴 시뻘겋게 터질듯이 빽빽 우니까 재혅인 소리만 듣고도 막 입술이 바싹바싹 타는겨.

소리만 듣는 재혅이도 이런데.. 재혅이한테 사랑이 넘겨주고 그제야 사랑이 얼굴 보게된 김섡우는 오죽하겠어.. 사랑이 넘겨주자마자 병원가기전에 싹 씻어서 소독까지 해놓은 젖병 꺼내다가 분유 넣고 물 부을 준비만 하는데 이 망할 포트기 속 물은 대체 언제 끓어오르는건데ㅠ

존나ㅠ 물 끓는데 3분이면 되는거 13분으로 느껴지는 마법ㅠㅠ 근데 물 바글바글 끓으면 또 그게 끝이 아니야ㅋ 그거 100도까지 끓어오른거 그대로 애기한테 줄순 없잖아ㅠ 식혀야지ㅠㅠ 이때부터 다시 김섡우 멘붕이다.. 애기는 계속 울고 아아아 잠깐만잠깐만!!!!ㅠㅠㅠㅠ 섡우도 존내 우는중ㅠㅠ

순간 당황해서 어!! 이거 어뜨카지!! 어뜨케 식혀??? 이러고 있어ㅠㅠ 단순하게 생각하면 경험이란 게 없으니 냅다 냉장고에 넣을만도 할텐데 그런 생각조차 못할만큼 당황했나봐. 그냥 젖병 든 채로 그대로 굳어버린 섡우ㅠ

근데 역시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사랑이 안고 있던 재혅이가 그런 섡우 빤히 보더니 대뜸 줘봐. 이러면서 어케 나름 요령껏 한팔에 사랑이 안고 섡우 손에서 젖병만 쏙 빼가. 그러더니 싱크대에 찬물 확 틀어놓고 흐르는 물에 젖병 갖다대곤 살살 흔들면서 식힌다ㅜㅜ

그럼 섡우가 한숨 놓....을리가 절대 없고. 애기 숨 넘어가게 울어대니까 여전히 정신 반쯤 나가서는 잠깐만잠깐만 알아써알아써 이 소리만 무한반복중.. 지가 그런다고 애기가 알아듣고 울음 뚝 그칠것도 아닐텐데 지도 모르게 막 입에서 말이 줄줄 나와ㅠ

재혅이가 어정쩡하게 한손엔 애기 안고 다른 한손으로 젖병 식히고 있으니까 섡우가 다시 사랑이 제 품으로 옮겨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ㅠㅠ 재혅이도 뜨거운 젖병 최대한 빨리 식힌다고 노력하는데 이게 또 마음처럼 안돼ㅠ 막 있는 힘껏 흔들면서 식히면 더 빨리 식긴할텐데 그럴수가 없어ㅠ

그렇게 하면 백퍼 분유물에 거품 생기거든. 거품 있는 상태로 아가가 먹으면 먹으면서 공기까지 삼키게 돼서 배 아파해ㅠ 금쪽같은 사랑이 아프게 할 순 없으니까.. 언젠가 육아 서적에서 봤던 중요한 내용들 용케 기억해낸 이재혅 기특하게도 이 다급한 와중에도 그런거 하나하나 어기지않고 챙겨ㅠ

- 이 정도면 됐나..? 한참 찬물에다가 젖병 식히던 재혅이.. 어느순간 잡고 있던 젖병 뜨뜨미지근해진거 같아서 겉에 물기 닦으면서 섡우한테 확인해보라고 건네준다. 근데 섡우는 아직 재혅이처럼 대담하게 한손으로만 사랑이 안고 그런거 못해서 재혅이가 내미는 젖병에다 손말고 지 볼 가져다대.

그럼 섡우 편하게 확인하라고 바로 섡우 뺨에 살짝 대주는 재혅이ㅠ 볼에 닿는 젖병 온도 따땃한 정도인거 같은데 사실 김섡우도 정확한 감이 없어서 이걸 이대로 먹여도 되는지 어쩐지 잘 몰라ㅠ - 된거 같긴한데.. 하씨.. 아.. 괜찮은거 같은데... 이러고 반혼잣말 중얼중얼ㅠㅠ

근데 어뜨케. 이러고 시간만 끌순 없어ㅜ 애기는 여전히 죽는다고 우니까ㅠㅠ 이쯤되면 긴가민가하던 김섡우 아 괜찮겠지. 하고 거실로 가서 애기 분유 먹일 준비함.. 그러면서도 자리 앉기까지 몇번이고 더 볼에 대본다. 근데 딱 느껴지는 온도가 뜨겁지않고 따듯해.

그냥 어느정도 따땃한 정도인거에 확신이 드니까 바로 손수건 하나 애기 목 밑에 받치고 젖병 입에 물려줘. 하.. 근데 웬걸.. 배고파서 대성통곡을 하던 우리 공주님 젖병 입에 물자마자 바로 다시 자지러지게 울어ㅠㅜ 이번엔 막 놀란듯이ㅠㅠ 이유가 뭐겠어.. 당연히 뜨거워서임..

아가가 느끼는 온도랑 어른이 느끼는 온도는 전혀 달랐던거지.. 그걸 이 초보아빠들은 몰랐던거지.. 어른은 조금 높은 온도에도 면역이 있으니까 지들 딴엔 그게 괜찮은줄 알았던거야.. 사랑이 놀라서 막 넘어가니까 섡우 또 당황해서 왜왜왜 어?어? 이러고는 지 손등에다 분유 한방울 떨궈봐.

근데 이게 손등에 액상으로 닿는거랑 젖병에서 느꼈던 온도랑 또 달라; 당연한건데 그것조차도 몰랐던 경력 10일차 아빠ㅠㅜ 이러니 어뜨케 섡우는 또 사랑이 품에 안고 둥가둥가 달래고 재혅인 곧장 젖병 들고 주방에가서 찬물에 더 식히기 바쁨ㅠ 그렇게 어렵게어렵게 맘마먹게 된 사랑이ㅠㅠ

울애기 집에서 먹는 첫 분유가 아주 험난한 여정이었다.. 사랑이 단숨에 쬽쬽쬽쬽 젖병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 날때까지 분유 싹 비우고서야 드디어 밀선하우스에 고요함이 찾아와. 체감상으론 한 한시간은 지난거 같은데 시계보면 고작 20분 지나있는 시점.. 이미 이재혅 김섡우 탈진 직전임ㅠ

쇼파 한가운데에 애기 이불 폭신하게 접어서 그 위에 사랑이 눕혀놓고 양옆에 가드인 양 슬라임처럼 늘어져 붙어있는 밀선이들.. 사랑인 분유 50ml 한통 야무지게 먹고 그새 자는중.. 아까 그렇게 대차게 울어댔으니 이렇게 잠들만도 하지ㅠ 원래 이맘때의 신생아들은 하루 열몇시간이고 잔다니까..

애 우는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진 두사람.. 옷 갈아입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그채로 한참을 있어. 그러다 먼저 일어난 건 재혅이. 이재혅 평소답지 않게 아주 넋을 놓겠다는듯이 한숨 한번 쉬고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사랑이 옆에서 머리 기댄채 천장만 보고 있던 섡우가 눈알만 굴려서 쳐다봐.

말도없이 갑자기 왜 일어나..? 어디가..?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조용히 일어나서 섡우랑 눈 마주친 재혅이가 한껏 목소리 낮춰서 그러는거야. - 누워있어. 내려가서 짐 가져올게. 하.. 그러고보니까 아까 사랑이 때문에 곧장 집에 들어온다고 병원서 조리원서 썼던 짐들 다 차에 두고왔어.

그거 가져와서 짐 정리도 해야하는데.. 사랑이 깨면 못하니까, 언제 깰지 모르니까.. 깨기전에, 이렇게 잘때 해야하는데.. 그런 생각만 하고 손은 1도 까딱 못하겠는 섡우.. 그래도 재혅이가 먼저 나서서 누워있으라 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도어락 조심히 풀고 현관 나가는 재혅이 뒷모습만 봐.

그러고 문 닫히고 나면 뭐 일어나서 좀전까지 주방에 난리친거 정리 해야지.. 란 생각은 드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 그냥 누운채로 천장만 보다가 자는 애기 얼굴 한번 보다가.. 속싸개에 팔다리 꽁꽁 감싸둔 애기 만지고 싶어서 손 뻗는데 그마저도 혹시나 깰까봐 괜히 속싸개 끄트머리만 꼼지락거려.

그러고 있다보면 어느새 비번치고 도어락 열리는 기계음 들린다. 진짜 빛의 속도로 주차장 다녀온 재혅이 양손에 짐 가득 들고 현관 들어오는데 이게 짐이 너무 많으니까 막 여기저기 부딪히는 소리가 뭔 천둥치듯 우당탕거려; 그럼 그 소리에 놀란 섡우 현관 돌아보면서 소리없는 비명 지른다ㅜ

입모양만으로 형형. 다급하게 부르듯이 쳐다보면 재혅이도 우당탕 소리에 놀랐는지 들어오다말고 얼음돼서 현관에 굳어있어ㅠ 둘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사랑이 눈치만 봄.. 근데 다행히도 울 애기 소음에 순간 움찔하고 뒤척이는거 같더니 금세 아무일없단듯이 다시 곤하게 자는겨ㅠ

그럼 그제야 둘다 안도의 한숨 내쉰다. 이재혅 또 우당탕 소리날까봐 짐 조심조심 현관에 내려놓고 섡우도 애기 자는거 눈길 못떼고 계속 확인하면서 자리에서 조심조심 일어나. 그러곤 곧장 짐더미랑 혼자 씨름하는 재혅이 곁으로 가서 짐 옮기고 정리하는거 얼른 돕는다.

어차피 애기 자고있어서 시끄럽게 부스럭거리지 못하니까 일단 거실 한켠에 옮겨놓고 당장 정리할수 있는것만 정리하는데 그 와중에 이재혅 그런 소리도 해. 그거 무거워. 형이 할게. 섡우가 빨리 정리하려고 짐 막 아무거나 들어옮기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못들게 하는 재혅이..

근데 지금 한시가 급한 섡우는 그런게 귀에 안들어오지. 애기 깰까봐 맘이 초조해서 짐 빨리 옮길 생각뿐이어서 이재혅이 뭐라거나 말거나 귀에 안들어와. 손에 집히는대로 짐 옮겨다놓고 정리하려고 하는데 이재혅은 그런 김섡우를 너무 잘 안다..

애가 지 말 귓등으로도 안듣고 있구나 싶어서 아예 그 손에 정리할거 하나하나 건네줘. 그러곤 지는 무거운거만 들고 방으로 홀랑 가지고 들어간다. 글케 각자 정리할거 후다닥하는 두사람.. 이게 신기한게 애기가 있으니까 둘이 이러자저러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분담이 돼.

그니까 정리도 빠를수밖에 없어. 재혅이가 짐 대충 정리하고 세탁할거 꺼내서 정리해놓는동안 섡우는 주방에서 아까 난리쳐둔거 치우는중.. 근데 재혅이가 더 빠르다.. 김섡우 지금 한거없이 기진맥진한 상태라서 뭐 하나 하는데 로딩이 길어ㅠ 원래 매사 빠릿빠릿하던 애가 지금은 나무늘보가 됐어ㅠ

뭐 하나 치우는데 멍 한번 때리기 일쑤야ㅠ 심지어 재혅이가 옆에와서 뭐라 묻는 말에 대답도 느려. - 뭐 안 먹어도 돼? 밥 먹어야지. -어... 먹어야지... 애기때문에 몇마디 하지도 않는데 얼마안되는 대화가 죄다 이런식이야. 김섡우 집에 오자마자 난리친게 데미지가 컸는지 아주 혼이 나갔어ㅠ

그럼 그 모습 보고있던 이재혅 애 손에 있는 물건들 지가 슬쩍 가져가서 곧장 척척 정리한다. 그러면서 섡우한테 먹고싶은거 있냐고 물어. 근데 섡우는 그 소리에 선뜻 대답을 못해. 딱히 떠오르는게 없기도 하고 게다가 지금 한창 몸 회복하는거 땜에 음식 가려먹어야될 시기여서 더 생각나는게 없어.

얘네 그동안 집 비워뒀던것도 있고 비워두기전에도 섡우 입덧땜에 집 냉장고는 거의 뭐 몇달을 빈텅텅 상태였으니 집구석에 당장 해먹을것도 없어. 이럴때 산후조리 도와줄 이모님이라도 계셨음 좋았을텐데 하필 조리원 퇴소한 오늘이 토요일이라 이모님도 안오셔ㅠ 그분들도 주말은 출근 안하시거든..

이런 상황에 애기 어리니 어디 나가지도 못하지.. 빼박 집구석에서 시켜먹어야할 판인데 그렇다고 뭐 아무거나 시켜먹을수나 있나.. 맵고 짠거 안되고 기름기 많은거 안되고 그렇다고 찬음식도 안되고.. 그니까 섡우는 그것들 피해서 뭘 고른다는 생각을 하는거 자체가 귀찮고 버겁게 느껴져.

뭘 먹어야하나.. 에서 뭘 먹을수 있긴 한가... 로 점점 생각이 극단적여지는 섡우ㅠ 그래서 조금 생각하다가도 식탁에 앉은채로 또 멍 때려. 그 모습 보는 재혅인 어떻겠어. 걱정되고 신경쓰여서 계속 애 안색 살피기 바쁜데 한참 멍때리던 섡우가 갑자기 형. 하고 부르더니 뜬금없이 그러는 거야.

- 나 진짜 두 번은 못하겠다. 그 소리에 물마시다가 풉 뿜을뻔한 재혅이ㅠ 섡우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입떼길래 안좋은 소리 나올까봐 잔뜩 긴장했는데 겁나 결연한 얼굴로 다짜고짜 두번은 못하겠다고 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 터짐ㅠ 근데 김섡우 을매나 진지한지 지 말에 웃었다고 뭐라고도 안해ㅠ

원래같으면 자기 지금 진지한데 왜 웃냐고 발작을 하거나 가자미 눈깔하고 노려볼텐데 그런것도 없어. 그냥 식탁 끄트머리에 시선둔채로 자긴 진짜 두번은 못하겠으니까 우리 사랑이 하나만 잘 키우자고 한숨처럼 말한다.

왜냐면 섡우는 낳으면 끝인 줄 알았거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니라는 걸 본인이 너무 많이 깨달아버린거야. 임신기간동안 뒤지게 힘들었던거 낳으면 끝인줄 알았지. 근데 그것도 낳아보니 그게 아니었고.. 매번 이번만 지나면, 이 고비만 넘기면 했는데 정작 지나고보면 또다른 고비가 오니까

이젠 좀 알겠는거지. 이짓을 두번 했다가는 나는 살 수가 없겠구나. 그런 기분.. 애기는 너무 예쁘고 좋은데, 그간 겪어온 일들이 여태 자기가 듣고 배웠던 이야기랑은 전혀 딴판인걸 알고 나니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할 자신이 없어. 다행히 섡우가 그런 마음인걸 재혅이도 진작 알고 있었어서

거기에 뭐가 어쩌고 토달지 않는다. 어차피 이 일의 결정권은 온전히 섡우 몫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애가 그렇게 얘기해도 그냥 고개 끄덕끄덕 해. 알겠어. 사랑이만 잘 키우자. 이런 말도 당연하게 해. 그럼 한껏 오만진지함 다 떨던 김섡우 그제서야 맥락없이 배고프다 이런말로 대꾸한다.

시간도 시간이고 계속 미적거리다 더 늦으면 밥도 못 먹을지도 몰라서 결국 배달어플 켜는 재혅이ㅠ 섡우가 아무거나 한끼 대충 때워도 되는 상황이 아니니까 결국 고른게 반찬집. 어차피 주말동안은 도와주는 사람없이 지들끼리 뭐든 해결해야하니까 이틀동안 하루 세끼 먹을거 이것저것 골라서 시켜.

국은 미역국. 반찬은 고춧가루 안들어간걸로.. 터치 몇번 톡톡해서 주문완료 하자마자 거실에 눕혀둔 사랑이 잘자는지 쳐다보는 재혅이.. 그러곤 여전히 식탁에 기진맥진하게 엎어져있는 섡우 데리고 거실로 나간다. 그러곤 말 한마디 없이 자연스럽게 사랑이 사이에 두고 나란히 누워.

애기 깰까봐 둘 다 한마디도 안하니까 집이 아주 적막 그자체ㅠ 근데 섡우가 갑자기 그러는거야. - 형. 그거 배달.. 벨 누르지 말라고 썼어? 썻을리가. 재혅이도 생각 못한거라서 어.. 아니. 하고 답하고는 요청사항 변경할 수 있는지 보는데 염병 이게 또 수정이 안되네;

옆에서 재혅이가 폰 붙잡고 톡톡거리는것만 봐도 뭐하고 있는지 다 아는 섡우.. 한참 기다려도 재혅이 대답 없으니까 안돼? 하고 묻는다. - 어.. 안되네. 전화해서 얘기해야겠다. 결국 가게에다 전화하려는 재혅이ㅠ 근데 섡우가 바로 말려. - 안돼. 하지마. 애기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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